(쾌락)만혼

 만혼 (晩婚)
 60년 전인 1930 년 한국의 각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살인범의 남녀 대비는 남 1 백에 여 88이었다.
 당시 세계 각국의 남녀 살인범 대비는 남 1 백에 여 4가 상식인 것으로 미루어 남 1백에 여 88이면 파격적인 고율(高率)이 아닐 수 없다. 웰 까. 이 여자 살인범의 대부분이 어린 남편을 살해한 초혼 범죄로서 이를 제하면 딴 나라들과 똑같은 비율로 맞아떨어진다.
 당시 해주형무소에 복역중이던 제 29 호 여죄수는 열다섯 살 때 열 살의 남편과 결혼, 성교가 되지 않자 발작적으로 남편을 목졸라 죽이고 12 년형을 받고 있다.
 한국 여인이 표독해서가 아니라 조혼이라는 섹스의 증발현상이 빚어낸 사회 범죄였음을 알 수 있다. 왜 오줌도 못 가리고 누룽지나 찾는 코흘리개를 여의어야만 했을까. 그 해석은 구구하다. 장성한 며느리라는 노동력을 일찍부터 확보하려는 경제적 이유, 가계(家系).가산(家産).제사(祭祀) 상속을 위한 남아선호가 유별나게 강했기에 자손을 빨리 보려는 상속적 이유, 그리고 원(元).명(明).청(淸)나라로부터 너무 많고 잦은 공녀 징집을 피하고자 조혼을 가속시켰다고 한다.
 이렇게 빨라지다 보니 스무 살 넘은 처녀 총각이 있으면 만혼이라 하여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의 실책으로 친다. 가난해서 시집 장가 못 가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원님은 당사자의 8 촌 이내의 친척에 혼자(婚資)를 강제 부담시킨다. 불응하면 형벌로 다스렸다. 어느 고을에 가뭄이 혹심하면 과년한데도 시집 못 가고 있는 노처녀가 그 고을에 있나 없나를 살핀다.
 엊그제 발표된 90 년도 인구 센서스에 보면 평균 결혼 연령이 여자 26 세, 남자 29 세로 5 년 전보다 1-2세가 더 늦어지고 있다. 한국사상 최고의 만혼시대인 것이다.
 부부관계를 흔히들 5 개의 유형으로 대별해 보는 분류법이 있다. 하나는 봉건형으로 남편이 아내에 군림, 절대 복종을 요구하는 부부관계고, 다른 하나는 모친형으로 아내가 가정의 실권을 쥐고 남편을 어린애처럼 다루고 남편도 어린애처럼 따르는 부부관계요, 다른 하나는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헤르멜이 노라에게 대하듯 '우리 귀여운 종달새'니 '우리 집 다림쥐'니 하는 애완형의 부부관계요, 나머지는 대등형 부부관계다.
 어느 한쪽이 권한을 더도 덜도 갖지 않고 또 감싸거나 의존하지도 않는 평등한 입장의 부부관계다. 다섯번째가 이산형(離散型)으로 식은 죽 먹듯 이합집산이 자유로운 부부관계다. 만혼현상은 그 사회의 부부관계가 대등형일 때 일어나는 사회현상이며, 만혼이 더 진전되면 이산형이 된다고 한다. 만혼은 변천하는 결혼의식이 어디까지 와 있나를 적시새 주는 사회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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