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대여인생

 대여인생 ( 세상의 병폐,가정(이혼),대여산업.인생 )
 '9월의 노래'라는 미국영화가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제멋대로 사는 중년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수표책 하나만 들고 바람부는 대로 떠돈다. 여행 중에 사랑을 하게 되면 아파트와 가구며 취사도구를 빌어 같이 살고, 사랑이 끝나면 다시 반환, 수표책 하나만 들고 떠나간다는 그런 줄거리다. 빌어 타는 차를 렌트카라 하듯이 빌어 사는 인생인 렌터라이프인 것이다.
 집이며 가구며 아내며 자식을 내 것으로 갖는다는 소유(to have)생활이 아니라 내 것으로 가질 필요없이 필요할 때만 빌어 쓰는 사용(to use)생활을 그린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왔던 미래학자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에서 21세기의 생활은 해브(所有)의 생활에서 유즈(使用)의 생활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언하고, 팔고 사는 세일즈산업은 사양산업이요, 빌고 빌려주는 유즈산업이 유망산업이 될 것이라 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마이카의 신장률보다 렌터가의 신장률이 웃돌고 있으며 디스크의 매상이 줄고 대신 그때 그때 듣고 싶은 노래를 녹음해주는 오더 카세트가 급증하고 있다 한다. 결혼한 두 쌍 가운데 한 쌍이 이혼하는 미국인지라 침대도 이혼할 때까지만 빌어 쓰는 리스(lease)침대가 상식이 돼가고 있고 사랑도 리스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에는 결혼 않고 살려는 독신족이 절반이나 된다던데 바로 남녀란 이성(異性)으로서 서로를 '갖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필요할 때 '쓰는' 관계가 돼가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이웃 일본에서도 유즈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다. 싫증나기 쉬운 가구나 장식품을 빌려주는 렌타퍼니처, 시한부로 빌어 입는 렌타드레스는 전국적으로 연쇄점이 생겨날 만큼 호황이라 한다.
 렌타드레스의 임대기간은 사흘이 원칙으로 임대료는 파는 값의 5-25퍼센트이다. 물론 목걸이, 귀걸이, 핸드백, 구두까지도 빌려준다. 반환이 하루 늦으면 빌은 값의 30퍼센트를 연체료로 문다. 입어서 더러워지는 것은 괜찮지만 훼손되면 원가의 절반 쯤을 배상해야 한다. 이렇게 입고 싶은 좋은 옷을 비싸게 주고 소유하질 않고 싸게 주고 사용한다.
 일본의 출판사나 잡지사들도 많은 전용의 직원들을 분야별로 소유해서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 한 두 사람이 필요 인력을 필요 시간 동안만 임대해서 만든다. 따라서 분야별로 전문인력을 등록시키고 있는 리스업체가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기계나 장비시설을 대여해 주는 리스산업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겨우 다방에 화분을 대여해 주는 정도로 유스산업은 원시적이다. 2차대전과 6.25전쟁이라는 큰 전쟁을 겪으면서 너무나 갖고 싶은 욕망에 굶주렸던 세대들에게는 그 보상심리로 갖고 싶은 욕구를 버리지못함직도 하다. 그래서 한국인의 소유욕구는 소유효용(效用)과는 관계없이 병적으로 부풀어 있다. 그 가엾은 '갖는세대'가 사라진 자리에 '쓰는세대'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더우기 미국(美國)의 일본->한국 감염(感染)속도는 비상하게 빠른지라 미국에 '9월의 노래'같은 렌터라이프-대여인생(貸與人生)이 판치게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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